| 만나고 싶었습니다
김문희 간사님
 서민경      
 
 

서민경(존칭생략): KBS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김문희(존칭생략): 저는 15년 전 학생의 신분으로 미국에 인턴쉽을 하러 갔었고요. 미국에 도착한 지 얼마되지 않아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난데없이 ‘성경공부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룸메이트와 이런 제 마음을 나눴는데 재미있게도 점심모임에서 만나 뵈었다는 이일형 장로님의 명함을 전해주더라고요. 그 명함의 이름을 따라 성경공부 모임에 나가게 된 것이 KBS와의 인연의 시작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서민경: 지난 15년간 살던... 아이들의 친구들이 있고, 정든 이웃들이 있는 미국을 몇 달 전에 떠나오셨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김문희: 한국에는 늘 오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영어권인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 한국에 오리라는 생각은 아주 가끔만 하게 되었지요. ‘어느 시점에는 가게 되겠지’ 하는 생각과 ‘아이들이 대학 가고 나면 돌아가게 되겠지’ 하는 생각은 늘 있었고요. 매일 간구하는 기도제목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때나 기도하시는 신앙의 선배님들을 뵙게 되면 기억하고 나누는 그런 기도제목이었는데요. 돌이켜보면 신기할 정도로 한국에 가게 되는 것을 기억하고 기도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막상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뜻밖에 기회가 생겼고,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에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장으로부터 채용 통보를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짐을 싸기 시작했고, 그렇게 미국에서의 삶을 정리하는데 마음이 정말 편했어요. 저나 남편이나 ‘아, 이번에는 한국에 가는구나’ 하는 느낌이 자연스러웠으니까요. ‘언제일까? 과연 이번일까...’하고 궁금해 하거나 고민할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달랐어요. ‘가는구나’ 하는 편안한 느낌이었죠. 특히, 한국에서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남편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결정이었는데도 저희 둘 다 편안하게 받아들였어요. 한국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남편과 얘기해 왔었기 때문에 결정의 과정이 새로운 일은 아니었는데, 때가 아니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저희 둘다 마음이 자연스레 모아졌지요. 정말 채용 통지를 받기도 전부터 둘다 짐을 싸기 시작하고, 저희가 자주 가던 곳에 가서 기념 사진도 찍기 시작했으니까요.

서민경: 재적응을 하시면서 많은 생각이 스칠 것 같아요. 조금 더 얘기해 주시겠어요?

김문희: 일단 왔지만 앞날이 보이지 않는 상황 가운데서 늘 100% 평안하지만은 않아요. 무언가를 이루겠다고 하면 실패할까 두렵거나 성공하기 위해 조바심도 날텐데, 어떤 목표가 있거나 무엇인가를 이뤄야겠다고 온 것은 아니구요. 저희 가정에 허락하신 계획이라고 생각하니 주님의 인도하심을 기대하게 되고, 평안 가운데 기다릴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은 익히 얘기들은 바 있어서 마음의 준비를 했구요, 문화적으로 새로운 부분이 있어서 조금씩 적응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적응을 잘 하고 있네요. 어린이집도 너무 재미있게 다니고, 한국어도 빨리 배우고, 한국음식도 잘 먹고, 비슷한 또래 아이들과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한국 아이들이구나’하는 생각이 새삼 들더라고요. 본격적인 우리 가족의 서울에서의 삶을 통해 가족들이 또 어떻게 성장할까... 어떤 시간을 만나게 될까 설레네요.

재적응의 시간을 보내면서 한편으론 미국에서의 시간을 생각해 보는데요. 교회 공동체, 직장 동료들, 친구들... 지난 15년 동안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바가 넘치도록 많아요. 그렇기에 서울에 와서도 공동체를 찾고 있는 중이에요. 우리 가정이 공동체 안에서 성장하고 기쁨을 누리는 것이 중요한데, 영어권인 남편도 잘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기도하면서 찾고 있어요. 기도하며 공동체의 중요성을 더 생각하게 되네요.

귀국 후 친정식구들과 시간도 많이 보내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부모님을 향한 숨겨진 제 마음의 상처도 보게 되고요. 이 부분도 그동안 다뤄왔다고 생각했는데 더 깊은 회복이 필요하고,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게 되는 부분이에요.

서민경: 한국에서의 삶을 다시 시작하시면서 어려운 점이나 그 어려움을 통해 바라게 되는 기도제목이 있으시다면요?

김문희: 귀국했지만 제게도 여전히 낯선 부분이 많고, 해야 할 목록이 엄습하는데요. 마음을 느긋하게 갖고 천천히 해 보려고요.

우선, 서울에 오게 되니 사람들의 물질에 대한 애착이 눈에 띄어요. 제가 미혼 때와는 달리 이제는 유행을 쫓는 취향이 없어져서 물질에 대한 유혹에 대해서는 무던한 편인것 같은데, 아이들에 대해서는 염려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동화 속 같이 천진난만한 세상에서 스트레스 없이 살던 아이들인데, 서울에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자극들이 너무나 많고, 달아오른 유아교육을 피부로 느껴요. 아이들이 먼저 이것도 시켜달라 저것도 시켜달라 하는데, 아이들을 위해 잘 분별하면서 교육열의 대세로부터 자유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또, 우리 가족으로서의 정체성이 앞으로 어떤 그림이 될 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동안 미국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가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영어를 쓰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것은 주말에 한글학교를 통해 가르치며 살아왔는데, 한국에 오고 나서는 먼저 아이들의 언어가 재빨리 바뀌고,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한국인 가족으로서의 정체성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지요. 반면, 남편은 아이들만큼 빠른 변화를 겪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 가운데 우리 가정이 속할 공동체, 언어와 문화 및 정체성에 있어서의 변화 등 새로 겪고 적응하게 될 부분들에 대해 기도하고, 또 기대하면서 잘 적응해 나갈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서민경: 간사님께서 요즘 관심을 두고 계신 분야가 있으세요?

김문희: 한국에 오니 대학로에 연극도 보러 가고 싶고, 아이들을 데리고 작품 전시회도 가면서 여유도 찾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사람으로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고도 싶고요. 제가 사회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근래의 한국사회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고, 법학이라는 렌즈로 한국을 배워보고도 싶네요. 통일에 대해서도 복음주의권 법조인들과 뜻을 같이하며 연구해 보고 싶은 바램이 있어요. 관심사로는 통일이 되었을 때 기초가 될 헌법은 어떤 모습일까, 분열된 나라가 한 국가로 거듭날 때 인권에 관해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할지 공부해 보고 싶은데, 다행히도 한국에서 통일 관련해서 관심있는 분들의 모임이 있어서 공부하기에는 훨씬 더 좋은 여건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과 연결되면서 차차 고민을 하게 되겠지요. 그러나, 아직은 저나 가족이 정착을 하는 일을 우선으로 두고 있어서 마음뿐이네요.

서민경: 마지막으로 간사님의 삶에서 “Jesus Style”과 포개어지는 부분을 KBS 가족들에게 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김문희: 불확실한 상황을 통해 하나님을 더 신뢰하게 되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그것이 지금 제 상황이에요. 한국어를 못하는 남편이 한국에 오게 되면서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 우리 가정은 어떻게 성장할지... 현재로서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인지 하나님을 더 신뢰할 수 밖에 없음을 새롭게 고백하게 되더라고요. 단지 ‘잘 인도해 주세요’의 바램이 아니라 ‘하나님을 더 신뢰할 수 있기’를 간구하게 되요.

그런데, 신뢰할 수 있는 분은 하나님뿐임을 알면서도, 자세히 제 안을 들여다보면 제대로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저의 연약함을 많이 느끼죠. ‘내가 왜 한국 땅에 서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해서 가끔 퇴근길에 하나님께 묻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예수님께 초점을 맞추어 한국땅에서의 삶을 예수님과 함께 살아내고픈 소망을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겠죠. 그리고, 그 답은 바로 ‘예수님과 함께’이고요. 주님이 사신 모습을 묵상하면서 오늘 나와 함께 하시고, 나를 도우시는 예수님을 의지해 하루 하루를 살아가며, 그 안에서 풍성히 허락하신 은혜에 감사하고, 날마다 내가 보고 고민해야 할 것들을 예수님과 함께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치열하게 승패를 가리고, 결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이 사회와 문화 가운데서 예수님의 제자로 사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앞으로 더 고민하며 배워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